지난 8월7일 옛 회사 동료들과 매월 첫 일요일 정기 산행으로 관악산엘 올랐다. 날씨가 무척 뜨거워 다른 때와 달리 시원한 코스로 해서 조용한 계곡을 목표로 했다. 시간도 느즈막하게 사당역에 모이니 일행이 7명이라 막걸리도 6병을 사넣고 일부 간식도 준비하여 주택가 골목으로 해서 그늘길 따라 산에 들어섰다.
산길에 들어서자 지난 밤사이에 떨어진 듯 아직 싱싱한 참나무잎들이 도토리를 몇개씩 매단채 즐비하다. 도토리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은 웬떡이냐는 듯이 도토리를 따서 주워담기도 하고,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엊저녁 비바람에 잔 가지가 잘려나갔나 하고 생각하며 무심코 지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애꿎은 청설모에 죄를 뒤집어 씌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 가지를 들고 잘 살펴보면 예리한 칼로 잘라낸 듯 반듯하고 반드시 도토리가 몇개씩 달려있는데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도토리에 작은 구멍이 한개씩 뚫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범인은 '도토리거위벌레'라고 불리우는 조그만 벌레이다. 차라리 '가위'벌레라고 이름을 지었어야 마땅한 것 같은데 왜 '거위'인지 모르겠다.
이 조그만 놈이 도토리에 알을 낳고는 그 가지를 날카로운 이빨로 잘라 떨어뜨리는 것이다.
도토리 속에 낳은 알은 5~8일정도 지나면 부화해서 유충이 되어 도토리 과육을 먹고 자라 약 20일 후면 탈출해 땅속에 흙집을 짓고 겨울을 난다. 만일 나무 위에서 부화한다면 다 자란 유충이 땅에 떨어질 경우 무사할 수가 없을 것이므로 미리 가지를 잘라 땅위에서 부화하게 하는 것이다.
땅속에서 월동한 유충은 5월경 번데기가 되었다가 7~8월경에 부화하여 성충이 된다.
7월하순에서 8월 상순이 되면 저녁 5시경에 도토리에 산란관을 꼽고 알을 낳은 후 바로 가지를 잘라내니 다음날 아침에는 떨어진 가지가 즐비할 수 밖에 없다. 어떤 때에는 너무 성하여 산림피해가 엄청나다고 하는데, 다람쥐나 청설모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도토리를 주워가기 때문에 다행이라고도 하니 세상은 공평한가보다.
특히 눈여겨 볼것은 주위에 졸참,굴참,상수리 등 참나무 종류가 많이 있어도 그 시기에 열매가 제일 큰 신갈나무에만 집중해서 알을 낳는다니 그 지혜에 머리가 숙여질 뿐이다.
여러분들도 산에가면 다람쥐 먹이라고 아낄 것이 아니라 좀 주워다가 묵이라도 만들어 먹는다면 자연보호에도 기여하는 한편 그 속의 단백질도 같이 섭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우리 일행은 목표한 대로 별로 알려지지 않은 깊은 계곡에서 막걸리와 순대로 배를 불리고는 시원한 탁족으로 무더운 하루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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