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를 되찾은 일행은 약간 경사진 오르막 능선을 따라 700M쯤 가자 관음봉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다시 관음봉(816M)을 다녀와야 오늘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왕복 400M 거리이나 규식,미리와 나 세사람만이 오르기로 했다. 연천봉 보다는 훨씬 수월하나 좁다란 정상을 사람들이 모두 차지하고있어 올라설 수가 없다. 멀리 경관을 즐기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사람들의 발길을 피해 바위틈에 숨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돌양지꽃과 바위채송화가 대견하기 짝이없다.
돌양지꽃
일행들과의 거리를 좁히려 정상밟기를 포기하고 서둘러 내려오니 후배가 우리 배낭을 지키다가 얼른 인계하고는 내닫는다. 우리도 부지런을 떤다.
그런데 내리막이 장난이 아니다. 급경사에 계단도 별로 없고 젖은 돌이 깔려있으니 미끄러지기 쉽상이다. 조심조심 내려가다보니 아니나 다를가 명숙이가 혼자 뒤떨어져 절절매고있다. 얼른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에 서두르다 앗차하는 순간 나먼저 주저앉아 하마터면 골절상을 입을뻔했다.
끝도없는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명숙이 손을 잡고 내려오는데 기분이 과히 나쁘지않다. 미리와 규식이 이렇게 넷이서 거의 꽁무니다. 한참을 내려오다 장마로 수량이 풍부하여 제법 태를 내고있는 은선폭포를 만나 숨을 돌리고 좀 더 아래 냇가에서 시원한 탁족으로 들어간다. 만사 잊고 여기서 쉬고싶다.
은선폭포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하산을 시작, 동학사 가까이 오자 사람들이 부쩍 늘고 시내쪽으로 멀리 가까이에 원추리가 밭을 이루고있다. 계곡에는 가족나들이가 한창이고 오래된 거목들이 줄지어선 아스팔트길은 꽤나 멀다. 세시부터 식사를 한다는데 벌써 다섯시 다 돼간다. 미리는 공예전시장으로, 규식이는 옷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가고 명숙이와 나는 식어빠진 비빔밥이나마 허겁지겁 해치우는데 우릴 끝까지 남아 기다리던 정식이가 맥주를 한잔 권한다. 막걸리도 빈병만 뒹구는데 후래삼배라고 따라주는 맥주가 꿀맛이다.
원추리
버스에 오르니 땀냄새가 진동하는데 나라고 별 수 없으니 에어컨 바람에 잊기로하고 자리를 잡는다. 결국 우리가 제일 꼴지다.
버스가 고속도로로 안들어가고 유성으로 방향을 잡는다 했더니 결국 몇몇 주당님들께서 맥주와 소주를 싣고 나서야 고속도로에 진입, 그때부터 다시 술배급이 시작된다. 어느 분들은 몹시 불편해하기도 했지만 우린 막내니까 맘편하게 받아마시고 아양을 떤다. 향흠이가 열심히 달래가며 도와드리고 있고 앞에 앉은 옥희는 수시로 맥주를 뒤집어쓴다. 모두들 즐겁지만은 않은 것 같다.
여하튼 6시 다되어 동학사를 떠나 9시 좀 넘어 도착했으니 늦지는 않은 편이다. 모두들 땀에 범벅이 되어 지쳐버렸겠지만 도시에 찌든 땀을 모두 배출하고 나서 가벼운 몸으로 집으로들 향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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