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동195차 鷄龍山 山行記(’05.07.17)
서울경기 외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에 우의와 우산을 같이 챙겨넣고 여유있게 집을 나섰다. 날씨는 흐린데 아침부터 덥고 습한 공기가 찜통을 예고한다.
집합장소에는 벌써 많이들 모여있고 오늘도 1호차 제일 뒷자리에 쳐박힌다. 동기가 회장으로 있는 금년 말까진 그럴것이다. 앞엔 1회 박붕배 선생님도 앉아 계시고 낯익은 5,6회 선배님들과 10,12회 선배님들도 여전하시다. 언제나 물량공세를 자랑하던 13회가 의외로 3분밖엔 안오셨다.
15회엔 홍영표 회장외에 단골손님인 김정식,최명욱,김경애,성옥희,최옥자 요즘 좀 뜸하던 연향흠,전건영이 자리를 잡았고 의외로 장규식,김명숙,홍미리가 나를 놀래킨다. 세사람은 금강산 산행을 앞두고 단련도 하고 얼굴도 익힐 겸 나왔단다. 좌우간 반가운 얼굴들이다. 장마철인데도 우리12명을 포함 164명이 모여 산악회 창립 이래 기록이란다. 홍영표 회장의 자랑아닌 자랑에 박수가 요란하다.
15회는 1호차 뒷구석에 쳐박히고...
오랜만에 보는 무령왕릉과 공주산성을 지나 갑사입구로 들어서니 울창한 삼림이 시원하다. 띄엄띄엄 보이는 집 마당에는 능소화와 배롱나무 꽃들이 한창이어서 집과 나무들 사이로 눈이 즐겁다. 10시 좀 지나 주차장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는다는데 160여명이 바닥에 앉고 서고 해봤자 평범한 모습으로는 도저히 증명이 될 것같지 않아 슬쩍 뒤로 빠져 시원한 계룡산 막걸리 3병을 챙겼다. 좀 무겁긴 하지만 나에겐 필수품이다.
갑사경내로 들어서니 수백년은 됨직한 키큰 소나무와 이끼낀 느티나무들이 숲을 이루고있고 그 밑에는 온갖 잡초와 관목들이 우거져있다. 특히 일부러 심은 듯 황매화가 줄지어있어 봄이면 노오란 꽃들이 굉장치도 않겠다. 들꽃들은 이제 철이 아닌듯 어쩌다 노란 뱀무가 보이고 파아란 꽃잎에 샛노란 술을 입에 문 달개비(닭의장 풀)들이 군데군데 피어나고 있다.
갑사에 들어서니 웅장한 대웅전이 모습을 드러내고 독경소리가 한창인 가운데 많은 신도들이 예불을 올리고 있다. 독실한 경애가 그냥 지나칠 리 없다.
대웅전 마당 한가운데 절의 명성에 먹칠을 작정한 듯 볼품없는 목조백탑이 분위기를 깨고있고, 샛길로 절을 나서자 오히려 고려시대 만들었다는 냇가 자그마한 석굴의 약사여래상이 고색창연하다.
여기에서부터 오른쪽으로 계곡을 내려다보며 짙은 숲길을 걸어오르자니 공기도 맑고 물소리는 상쾌한데 높은 습도와 미끄러운 돌밭이 땀을 비오듯 쏟게한다. 더구나 갈수록 경사가 심해지더니 능선 가까이에서는 지그재그로 된 길인데도 30도는 넘는 것 같다. 그나마 계곡사이로 띄엄띄엄 반짝이는 하얀 개다래와 올라갈수록 군락을 이뤄가며 다양한 색깔을 자랑하는 산수국 꽃들이 위로가 된다.
산수국
쉬엄쉬엄 동창들이 준비해온 방울토마토며 수박등으로 목을 축여도 얼마나 땀이 흐르는지 건영이와 규식이조차 바지밑에서 물이 흐르는 것같다. 오랜만에 나섰다는 명숙이가 너무 힘들어해 규식이와 교대로 배낭을 저주고 후미로 올라가니 연천봉 삼거리에 모두들 늘어져있다.
해발719M인 연천봉이 왕복 400M밖에 안되는데 모두들 못가겠단다. 명욱이의 주장에 경애와 내가 따라나섰지만 경애는 중도에 포기하고 둘이서 봉우리에 올라 멀리 안개속에 흐릿하게나마 보이는 천왕봉 등 연봉들을 관망하고 바로 돌아내려왔다.
아래에서는 좁고 불편하긴 하지만 싸온 점심들을 내놓고 막 시작하고 있었다. 급히 올라온 탓인지 베테랑인 건영이마저도 숨을 가다듬고 있으니 오늘 산행이 만만치않았음을 보여준다.
힘들게 지고 온 막걸리가 위력을 발휘하고, 건영이 준비해온 가시오가피주에 소주까지 몇잔 곁드리면서 부인들과 동창들의 솜씨깃든 안주와 식사에 모두들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특히 명숙이 가져온 재료에 미리의 솜씨로 만든 즉석 주먹밥은 큰 인기를 끌더니 게눈감추듯 사라져버린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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