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기

[스크랩] Re:석룡산 산행 후기/사랑하는 동진 학형에게 Love letter

려초 2009. 7. 24. 10:03
  
    들꽃을 사랑하는 사람--사랑을 지닌 사람 "동진" 학형~ 저어기 봐아~ 저기..저게 바로 "수호초" 라는 거야...맨 먼저 피는 꽃인데.. 한겨울 메마른 잡풀더미 속에서 납작히 떨고 있는 성냥팔이 소녀같은 꽃을 찾아내곤 음~ 봄이 오고있구나.. 일러주는 정동진 학형 ↓ 2007년 8월19일 축령산에서(총동산행)

    우리 일오산악회 산행에는 빠짐없이 나와서 우리 느림보 소위 C팀의 호홉과 보조를 맞춰주며 ..쉬엄쉬엄 들려주는 들꽃 이야기며..유우머러스한 이야기에 매료된 지는 오래됐지. 그래서 총동산악회에서 주관하는 여름철 산행도 제법 높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주제넘게 따라나선 적이 몇 번 있었지.(민폐수준이었지만) 무성한 숲 산길을 오르내리며 숨어있는 야생화에게 이름을 불러 보며 미소 짓기도 하고 무심했던 나무들도 눈여겨 보며 자연의 오묘한 생명력과 다함께 살아가는 조화의 섭리를 깨닫기도 하고 훔뻑 땀범벅이 되어 골짜기에서 탁족도 즐기며 미리 얼려온 냉막걸리를 한잔씩 돌리는 맛과 멋이 잘 어울린 그런 여름산행이 늘 머리 속에 맴돈다네 ... 근데...이번 7월 총동 산행후기를 보니 선후배 참가인원 수백명 중에 우리15기는 동진학형 한 명 뿐이었다니...이런.. 게다가 그 깊은 산중 들꽃들이 산행인들에게 밟히고 꺾이고 뽑히는 수난의 현장 리포트가 되버렸으니..쯧쯧 읽는 이들의 마음마저 처연해지고 말았네...눈물 많은 동진학형 엉엉 울음소리 예까지 들리는 듯하네...

    
    오늘 권오영 교수의 댓글을 보니..동진학형에 대한 선인(仙人)이라는 존호칭이 참 맞다는 생각이 들었소.
    지난번 수원 성곽순례 때에 경험한 것이지만..마침 박승 동문이 성벽의 총구와 망보는 치구(雉口)를 설명할 때
    그 치구 속에서 살고 있는 들고양이 한마리가 우리에게 경계태세를 보이더니 갑자기...튀어나와서...놀랬는데..
    그 놈이 어찌 된 영문인지..동진 학형에게 다가가서 등산화에 몸을 비비고 꼬고 핥고 애정표현을 하는데...
    흠~ 역시..한낱 들짐승도 동진학형을 알아보는구나!  진정한 산인(山人)은  선인(仙人)이구나 !
    짐승도 어린 애기는 해치지 않고...사악한 기심(機心)이 없는 것을 알아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애...
    신선의 그림을 보면 산신령이 호랑이 타고 사슴과 함께 거닐고 있는 정경을 생각한다면...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거여.. 그렇지?! 
    근데...산행중에 아픈 기억의 물레나물을 비롯해서 까치수염/노루오줌/가는장구채/하늘말나리/돌양지꽃/꿩의다리 /이질풀/관중 아홉 산중 꽃요정과 눈맞춤 했으니 무척 부럽긴 한데.. 한편 그녀들의 이름이 좀 찜찜하단 말이여.. 들꽃 문외한의 궁금증이지만 그 이름이 달맞이꽃, 초롱꽃 처럼 예쁜 이름은 적고 ..애기똥풀, 노루오줌까지도 봐주겠는데..얼마 전엔 소개한 것중에 개불알털꽃 이니 며느리밑씻개..등등 누가 작명했는지 몰라도..선인(仙人)의 짓궂은 심사만 느낄 뿐이야..(一山학형만 부르기 좋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나마 제자리에 붙박이 삶을 사는 들꽃들에겐 맘대로 뛰노는 동물의 배설물이라도 호사스런 이름이 될는지??? 어느 미술기행 에세이를 보니... 그림이 무척 난해한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대상은 그 이름이나 이미지가 갖는 똑같은 기능을 완성하지 못한다' 라고 말하는데...다시 말하면 그 못난 이름의 들꽃들에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한다면..우리가 그리는 모든 미술은 재구성이 될거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것 같은데... 그 아홉 아가씨 얼굴 좀 보려고..이런저런 것 검색해보니..정말 저마다 아름다움이 있네..멋진 예쁜 이름으로 바꿔서 불러주고 싶은 생각도 들었었지만...그 아름다움을 그들 자신만큼 알지 못함이 좀 아쉽게 다가오는데.. 그냥 내버려 두어야겠지... 그저 그 옛날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귀밑 머리로 살짝 비치던 미소가 고운 소녀처럼 가슴으로만 불러야겠지.. 그럼..한여름 건강히 지내고...또 봅세...솔개가...

                      물레나물                                    까치수염                                       가는장구채

                   하늘말나리                               돌양지꽃                                              꿩의다리

                   이질풀                                            관중                                      노루오줌

출처 : 사대부고15
글쓴이 : 솔개 원글보기
메모 : 솔개 글이 나릉 염치없게 만들긴 했지만 글과 사진이 좋아서 보관하고싶어 갖고 왔습니다. 솔개! 고마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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