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기

석룡산 산행 후기

려초 2009. 7. 21. 17:38


지난 7월19일 총동 산악회에 어울려 가평 석룡산(1153m)엘 올랐다. 명지산과 화악산을 양 옆으로 하는 깊은 산인데다가 장마철 계곡물이 그야말로 웅장하여 습하고 더운 날씨에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산이 제법 높다보니 고도가 달라지면서 여러 종류의 야생화를 볼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다.

마침 15회는 나 혼자기에 홀가분하게 천천히 걷다보니 여기 저기 실컷 물을 들이킨 들꽃과 풀들의 싱싱한 자태가 눈에 찬다.


물길인지 등산로인지 모를 지루한 오르막에 신발을 적시다가 임도로 접어드니 한 쪽 풀 섶에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노란색의 '물레나물' 한 송이가 눈에 띄어 여간 반갑지 않았다.

꽃잎이 바람개비처럼 살짝 뒤틀려 피어있는 모습이 퍽 인상적인, 도감에는 흔하다고  나와 있지만 장소와 계절이 맞지 않으면 보기 힘든 이 꽃을 만나 건 행운이었다.


철이 지나가고 있는 ‘까치수염’이 마지막 꽃들을 몇 개씩 남긴 채 널려있고, 예쁜 분홍빛의 ‘노루오줌’도 간간이 눈에 띈다. 안개꽃을 연상시키는 ‘가는 장구채’하며, 낮은 쪽에는 활짝 펴있어도 윗쪽엔 아직 몽우리로 며칠 후를 기다리고 있는 ‘하늘 말나리’, 양지쪽 바위 틈 여기 저기에 샛노란 꽃잎이 화사한  ‘돌양지 꽃’, 번잡한 길을 피해 살짝 숨어있는 ‘꿩의 다리’와 귀여운 연분홍빛 ‘이질풀’, 우거진 숲 그늘에 멋지게 팔 자락을 펼치고 있는 ‘관중’ 등등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후배들에게 꽃 사랑을 전한다.


정상을 넘어 하산할 작정으로 부지런히 오르던 중 계곡이 범람하여 오던 길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는 전갈이다.

정상 인근에서 간단히 시장기를 때우고 후배들이 건네주는 매실주랑 소주도  한두잔 걸치고는 하산길에 들어섰다.

장마철 깊은 산에도 어찌나 등산객이 많은지 가다 섰다 교차하면서 오르내리다 보면 요즘 호젓한 산행은 포기해야할 것 같다.


간 길을 되돌아오다 보니 ‘물레나물’ 생각이 나서 핸드폰 카메라에라도 담아가야겠다고 그 장소를 찾았다. 아뿔싸! 누군가가 줄기를 통째로 잡아당겨 뿌리가 반이 잘린 채 뽑혀 시들어가고 있다. 옆에 하나는 꽃이 진 덕분에 성한 모습으로 서 있는 걸 보니 누군가 꽃만 보고 호기심에서 그런 것 같다. ‘물레나물’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뿌리가 온전하게 잘 뽑아 갔든지 했을 것이다. 같이 내려오던 후배가 한번 살려보겠다고 비닐봉지에 넣어 가져가긴 했는데 내가 보기엔 틀린 것 같다.


전달에는 서울 근교에서 어느 몹쓸 등산객이 원추리를 몇 송이 뽑아 가다가 시들었는지 던져놓고 갔기에 많이 실망했었는데, 그래도 소위 산을 즐긴다는 사람들이 다니는 깊은 산에서 이게 무슨 꼴인지 분통이 안 터질 수 없다.


가끔 집에서 키워보거나 혹은 재배하여 판매할 목적으로 야생화를 채취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실제로는 거의 다 실패한다고 한다. 야생의 조건에서 살던 들풀이라 환경이 맞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야생화를 사랑한다면서 멋진 카메라를 들이대고 대상 하나를 찍기 위해 주변에 있는 다른 풀들을 짓밟거나 치워버리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고 하는데 진정한 자연 사랑은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물레나물                                    까치수염                                       가는장구채



                하늘말나리                                  돌양지꽃                                                  꿩의다리



                  이질풀                                             관중                                        노루오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