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나무

사람을 빗대어 지은 식물 이름들

려초 2009. 1. 16. 09:35

 

평소에 들풀에 대한 관심으로 이런저런 자료를 들추며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덕분에 등산을 가도 주변 나무와 풀들을 살피면서 걷다 보면 지루하지도 않고, 또 이름 모를 식물들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가 새로 알게 되면 흐뭇해지고는 한다. 

 

어떤 동창이 ‘며느리’가 붙은 풀이름을 궁금해하기에 생각난 김에 알고 있는 범위에서나마 정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사람을 가리키는 말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며느리’인 것은 옛날부터 고부갈등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며느리 밑씻개’로 잎과 줄기에 가시가 많아 밑씻개로는 절대 사용할 수 없는 풀이다. 시어머니 심뽀에 며느리나 쓰게 하고 싶은 것 아닌가 하여 웃음이 절로 난다.

들이나 냇가에 흔하며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연분홍색의 작고 예쁜 꽃이 많이 달려 아름답긴 하나 가시가 많아 접근하기 힘들다. 

며느리 밑씻개 꽃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곳에서 ‘며느리 밑씻개’와 함께 눈에 많이 띄는 것이 ‘며느리 배꼽’인데 이 풀 또한 가시가 만만치 않다. 다만 삼각형으로 생긴 잎 한쪽이 배꼽같이 쏙 들어가 이런 이름이 붙은 것 같은데 시어머니 눈에는 며느리 배꼽에는 가시가 많이 돋친 걸로 보이나 보다.

 

초가을이면 산속 여기저기 붉고 예쁜 꽃들을 달고, 꽃 안쪽에는 하얀 밥풀무늬가 두개씩 보이는 풀이 ‘며느리 밥풀’이다. 밥이 익었나 보려고 솥뚜껑을 열고 밥알을 씹어보다가 시어머니한테 들켜 어른도 들기 전에 먹었다고 맞아 죽었다는 슬픈 전설을 갖고 있다. 아들이 집을 비운 사이에 그런 일이 일어나 슬피 울며 곱게 묻어줬는데, 그 무덤에서 피어났다고 한다. 밥풀을 물고 있는 꽃 모양이 하도 예쁘고 귀여워 한참 드려다 보다가도 그 생각만 나면 가련한 생각이 든다.

며느리밥풀

 

 

또 재미있는 이름에 ‘사위질빵’과 ‘할미밀망’이라는 덩굴식물이 있다. 여름이면 흰 꽃이 나무를 뒤덮어 온통 꽃무늬 레이스를 덮어놓은 것 같이 보이는데 덩굴의 굵기에 이름의 유래가 있다.

사위를 사랑하는 마음에 ‘사위질빵’의 약하고 가는 줄기로 나뭇짐을 묶어 가볍게 해 준 반면에 할머니한테는 굵은 ‘할미밀망’ 줄기로 묶어 짐을 많이 지게 하였으니 재미있다.

반면에 순전히 꽃 모양을 보고 지은 ‘할미꽃’은 누구나 다 아는 이름이다.

사위질빵

 

 

그 외에도 ‘홀아비바람꽃’이나 ‘홀아비꽃대’등 홀아비 이름이 붙은 꽃들도 있는데 대개는 한 줄기에 꽃이 하나씩 펴 외롭게 보이는 풀들로 흔하게 알려지지는 않은 식물들이다.

 

'애기'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도 많기는 한데, 식물 즙이 애기똥같이 노랗다고 해서 이름한 '애기똥풀'이외에에는 거의 작은 것을 표현하고 있어 특히 언급할 만한 것은 없는 것 같다.

 

흥미있는 것은 어머니,아버지, 아들, 딸 등 가까운 식구들 이름을 붙여 별명을 지은 식물은 거의 없는 것을 보면 아마도 흠잡기 싫은 까닭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