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기

[스크랩] Re:총동산악회 등산안내-경기도 가평 화야산(755M) 7월15일

려초 2007. 7. 18. 11:01



태풍이 일본열도를 지나면서 내륙지방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예보에도 혹시나 하여 우산을 하나 챙겨넣고, 어제 냉동실에 얼려놓았던
유산균발효 막걸리 2병과 얼린 물 2통까지 집어넣으니 제법 묵직하다.

 

오늘 산행에는 점심이 필요없다기에 간식 겸 안주로 거금을 들여 모듬찹쌀 순대를 하나 사 넣는데 구수한 냄새에 빈속에 시장기가 돈다.

처음으로 인천에서 솔개(최원명)가 따라 나선다기에 같이할 요량으로 준비한 막걸리와 안주라 더 흥이 난다. 날씨는 쾌청하고 바람까지 있어 산행에는 최고의 날씨다.

 

솔개가 먼데서 오기에 좀 서둘러 강변역에 도착하니 아직 7시도 안됐는데 도착한지 20분쯤 됐다며 반긴다. 약간은 걱정이 되는지 긴장한 듯 보였지만 정식이도 오늘은 같이 보폭을 맞추기로 했다니 편한 산행이 될 것 같다. 경애는 직접 산행기점으로 온다니 그곳에서 만나면 될 것이고 솔개와는 속도가 잘 맞을 것이다.

 

1호차에 자리를 잡아놓고 나와보니 정식이도 도착하고 오랜만에 병수, 영표에 이어 향흠이와 경옥이가 모습을 드러내어 선후배들과 수다를 늘어놓고 있다. 무릎이 신통치않은 두 사람은 산행은 못하고 격려차 왔단다. 정성이 지극하다.

 

120여명이 버스3대에 나눠타고 경치좋은 경춘가도를 달려 청평댐을 옆으로 신청평대교를 건너니 한시간도 못돼 산행 기점인 고동산 쉼터에 다다른다.

 

뾰루봉을 거쳐 6시간반의 산행을 선택한 A팀은 다시 버스로 청평댐쪽으로 떠나고 B팀은 간단한 안내에 이어 화야산으로 방향을 잡는다.

 

1회 박붕배 선생님을 비롯한 대선배들은 영표가 모시고 초복을 핑계로 base camp로 향하고, 나머지 70여명은 등산로인 사기막골로 향한다. 정식, 솔개, 경애는 처음부터 정상은 잊기로하고 오늘 하루 시원한 계곡과 막걸리를 즐기기로 약속을 했으니 서둘 것도 없어 주변 경관을 음미하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대 선배님들과 영표

 

가을같은 날씨에 상쾌한 공기를 들이키며 지나는 길 양옆으로는 전원풍의 주택들이 이어지고, 담장에는 능소화며 도라지, 루드베키아와 분홍색의 예쁜 끈끈이대나물등 갖가지 꽃들이 화사하다.

밭두렁 가까이는 개망초가 햐얗게 뒤덮고있는 가운데로 군데군데 달마지꽃들이 노란 꽃송이를 내밀고, 산길에 들어서자 짙은 숲이 이어지면서 이끼낀 바위틈으로 물소리가 시원하다.

사기막골 계곡

 

 

사기막골은 사철 수량이 풍부하고 걷기에도 힘들지않은, 서울 근교에서는 보기힘든 조용하고 한적한 산행길이다. 돌이 좀 많긴 하지만 걷기에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시냇물을 여러 번 가로지르며 오르다 보면 양옆으로 펼쳐진 잣나무며 낙엽송이 하늘을 가리고 소태나무며 굴참나무, 박달나무, 물푸레나무등 활엽수와 덩굴식물들이 군락을 이뤄 깊은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지역에서 유명한 황벽나무를 찾아보느라 살피고 다녔지만 영 자신이 없다.

 

계곡이 끝날 즈음 시작되는 가파른 정상길을 포기하고 평평한 잣나무밑에 자리를 잡아 준비해온 막걸리며 안주와 간식들을 풀었다. 식구가 단촐하여 17회 후배와 어울려 아직도 얼음같이 찬 막걸리를 한잔씩 들이키니 뱃속이 짜르르하며 속이 시원하다. 순대안주와 막걸리 두병이 금세 동이 난다. 과일로 입을 가시고 자리를 찾아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얼음짱같다.

 

즐거운 간식(?)시간

 

하산길도 여유작작, 들꽃이며 나무들을 감상하면서 휴게소에 이르자 식당에서 점심을 준비했단다. 아직 소화도 덜 됐는데 안먹자니 섭섭하기도 하여 수제비 3인분에 소주 2병을 곁드리니 피로가 싹 가신다.

 

A팀이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으니 버스 한대가 먼저 출발한다고 한다. 경애는 갖고 온 차로 먼저 떠나고 정식이도 의정부로 직행하는 편이 있어 그쪽으로 가담했다. 영표는 이미 버스에 앉아 거나하고 솔개는 따로 자리를 잡았다. 양평쪽이 많이 밀린다는 경애의 연락에 경춘가도로 길을 잡으니 휴일인데도 제법 잘 빠져 6시경 강변역에 도착했으니 총동 산행에서 이렇게 빨리 온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저녁을 꼭 챙기는 영표에 끌려 솔개, 그리고 마침 옆에 있던 선배와 근처 식당에서 소주 한잔 곁드려 식사를 하다가 영표가 웃는 얼굴로 명함을 건네기에 받아보니 서울산업대학스포츠건강학과 산학명예교수 명함이다.

반갑고 기특(?)해서 다시한번 축배를 들었다. 축하해 줄 일이다.

 

솔개는 이번 산행에 자신을 얻고 다음 산행지인 축령산 산행에도 동참하기로 했다. 예전같이 15회 동기들이 많이 참가하기를 바란다면 내 욕심일까?

 

 

출처 : 사대부고15
글쓴이 : 正東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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