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기

[스크랩] 총동 192차 삼봉산 산행기('05.4.17)

려초 2005. 7. 7. 16:18

삼봉산 산행기

 

지난 15일 1박2일로 관광버스를 전세내어 고창 선운사-여수공단과 오동도-남해-삼천포로 하여 개나리,진달래,동백,벚꽃 등이 한꺼번에 핀 꽃길1000여키로를 돌아 밤 8시에 집에 왔는데, 이튿날 새벽부터 다시 온길 되돌아 함양으로 산행을 간다니 마눌이 어이없어 한다. 여하튼 이른 새벽에 배낭 둘러메고 강변역으로 향했다.

 

삼봉산이 1187메터라니 지레 겁들을 먹었나 15회는 홍영표 회장 외에 남자동창이라고는 나와 김정식 둘 뿐이다. 역시 사대부고는 여자들이 강하다더니 권순옥,김경애,성옥희,연향흠,이경옥,최영옥,최옥자 의7명이다. 지난달에는 예기치않던 회원들이 몰려 버스한대를 긴급조달 하더니 이번엔 3대로도 넉넉한걸 보면 역시 산은 높아야 하나보다. 그 바람에 15회가 1호차 뒷편을 배당받았으니 제일 쫄병노릇을 감당할 수 밖에 없다.

 

16회 주환중 회원이 코스설명을 하면서 여~ㅇ 벼~ㄹ 볼일 없는 코스라고 김을 뺀다. 지리산 줄기가 한눈에 보인다는 점 외에는 정말로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곳을 선택하여 왕복 8시간 이상 걸려 다녀와야 한다면 집행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툴툴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린다. 어두워지면 벼~ㄹ 볼수 있다고 자위하면서 떡과 생수로 배를 든든히 하고 고속도로 주변에 꽃무늬로 채색된 신록을 바라보며 달린다.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는 금산과 무주를 거쳐 소백산맥을 가로지르므로 양쪽에 덕유산 등 거대한 산들이 장관이다. 깜박 졸다보니 고속도로를 벗어나 구부구불 사행천 같은 산길을 한참 달린다. 해발 700메타가 넘는 오도령에 도착하니 民藥으로 유명한 일산 김일훈선생의 아드님(일산농장 주인)과 함양군청의 산림녹지계장이 우리를 맞아준다. 산불방지 부탁과 함께 관광안내도와 팔선주라는 약주2리터짜리를 한보따리 가져와 나눠주는데 아귀다툼 속에서 겨우 한병을 얻어냈다. 그것도 겨우 정식의 솜씨에 신세졌으니 내가 배낭에 짊어졌다.

 

실제 오르는 높이는 500메타 남짓인데도 100여명중 세사람이 무슨 정보를 들었는지 산길 대신 평탄한 우회로를 택하고 나머지는 산으로 오르는데 가파르기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흙길이어서 부드럽고 폭신하여 한결 낫다.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며 숨을 고르다보니 길 옆으로 노랑제비꽃,양지꽃,노루귀,현호색 등 야생화가 지천이고 그 귀한 산자고도 하나 만났다(freechal 산악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13회 이강섭 선배가 잘 찍어 올려놓았으니 감상들 하시라). 높이 올라가면서는 그 많은 진달래와 철쭉도 꽃은 아직 멀었다.

 

영옥이와 경애가 좀 힘들어 하고 정식이는 날라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30회 후배들의 재촉에도 후미를 챙기며 들꽃도 즐길 겸 천천히 올랐다. 능선 어디에서나 노고단부터 천왕봉까지 지리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니 정말로 장관이다. 말과는 달리 별 볼일 많은 산이다. 아마 기대를 너무 하지 말라는 뜻이었나보다.

일봉에 오르니 몇팀이 앉아 점심을 하면서 더 가면 넓은 자리가 없단다. 모두들 자리를 펴고 우선 팔선주를 한잔씩 돌렸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별로 독하지도 않으면서 향도 그윽하고 좋아 좀 아껴두기로 하고 옆의 후배들 것을 조금 뺏어 마셨다. 그쪽은 수가 적으니 나눠마시는게 맞다.

 

가파른 봉우리를 몇 개 더 넘어야 삼봉이다. 정상에 1187m 돌표지가 서 있고 동기들끼리 사진 박기에 여념이 없는데 우리에겐 찍가가 없다. 33회 후배에게 구걸하여 둘이 겨우 증명사진 하나 박았는데 홈페이지 어디에도 아직 안떴다. 보긴 글렀나보다. 내리막으로 들어섰다.

 

내리막길은 정말 별 볼 일 없다. 계속되는 가파른 경사를 쉴 틈도 없이 내려가는데 어디 앉을 곳도 없다. 거의 700고지쯤 내려오니 큰 길이 나타나고 곧 아래로 일산농장이 보인다. 길가에 노란 산괴불주머니 몇포기와 부드러운 산버들이 자태를 보이는데 어떤 여자회원들은 원추리를 나물로 먹는다고 밑둥에서 싹둑 잘라내는데 보기 애처럽다. 왈 그래야 잘 커서 더 예쁜 꽃을 피운단다. 믿거나 말거나.

 

농장 입구에서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 버스로 이동한 곳이 농장에서 경영한다는 식당이다. 무공해 야채와 천연조미료만 썼다는데 약간 짜고 맛은 별로다. 맛있는 것치고 몸에 좋은 것 없다지만 나물만은 아주 괜찮다. 술맛이 날 턱이 없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차에 올랐다.

 

귀경길 버스안에서 10회 최중서 선배가 어디서 갖고오는지 계속 술과 안주를 들고다니며 강권, 못이기는 척 몇잔 하는 사이에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했다. 10시반이니 아주 성공적이다. .

 

감기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산행에 참가한 옥희가 기침을 해대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안스러웠는데 빨리 쾌차하기를 빈다.

 

출처 : 사대부고15
글쓴이 : 正東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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