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총동193차 백악산 산행기('05.05.15)
총동 산악회 백악산(대왕봉) 산행기 (2005년 5월15일) 엊저녁에 냉장고에 넣어뒀던 막걸리 두병과 비상용(?) 소주 하나를 챙겨넣고는 점심으로 대용할 내가 좋아하는 순대를 사려고 좀 일찍 집을 나섰다. 집합장소에 도착하니 7시10분인데 홍영표회장은 이미 나와있고 들은대로 안동현이 와있다. Chicago에 살고있는데 며칠 전 귀국했다가 홍회장한테 연락이 닿아 총동산행에 함께 하기로 했단다. 만난지 30여년은 되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는 안 변한 것 같다. 모두들 반갑게 인사하고 다른 동창들에게도 소개하고…모처럼 홍성에서 올라온 박병수 얼굴도 보이고 김정식, 조관, 김경애, 성옥희. 최영옥, 최옥자, 동현이 동생과 나를 합쳐 11명이다. 120명이 버스 3대에 나눠타고 중부고속도로를 경유하여 괴산으로 향했다. 멀리 산야는 화려했던 진달래, 산벚 등 봄꽃들은 사라지고 한창인 아까시꽃들의 희끄무레한 무늬만이 신록을 수놓고 있고, 도로 주변에는 샛노란 씀바귀와 애기똥풀들이 맑은 햇살에 빛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동현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궁금한 동창들의 소식과 옛날 기억들을 되살리며 화제의 꽃을 피운다. 정식이도 덩달아 고교시절로 돌아가고 영표가 거들어 한참 얘기꽃을 피운다. 여자동창들과의 허물없는 분위기에 놀란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동현이의 미국생활 얘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세시간 남짓 달려 대방리에 도착, 사전 답사를 했다는 박병수의 안내를 받아 대왕봉을 향했다. 작년 여름에 왔던 낙영산을 왼편으로 바라보면서 그늘 하나 없는 신작로(?)를 30분은 걸었나보다. 길 양편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고 옆으로는 병꽃나무와 노린재나무의 새하얀 꽃들이 한창이고 그밑에는 흔히 보기 힘든 졸방제비꽃들이 가녀린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이곳이 망개나무 자생지로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다는데 어떤 것이 망개나무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모르는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겠나 자위해 본다. 병수는 위로 올라가면 큰꽃으아리를 볼 수 있단다. 그런데 얘기가 끝나기 무섭게 바로 길옆에도 큰꽃 으아리들이 몇 개씩 보이고는 한다. 평소에 못보던 들꽃들의 등장에 경애가 탄성을 지른다. 예쁘게 지어진 농장과 인삼밭을 지나 드디어 등산로 입구에 다다르자 뙤약볕을 견뎌가며 뒤쳐져 오던 영옥이가 벌써 지쳤나보다. 영표와 적당한 코스를 잡아 팀에서 빠지도록 해 놓고는 산으로 접어들자 우거진 활엽수와 관목으로 시원하다. 등산로라고 해도 사람의 발자취가 별로 없어 길이 눈에 잘 띄지않고 낙엽과 흙으로 푹신하여 좋긴한데 가파르기가 만만치않다. 23회 김정겸 후배가 후미를 지키는 가운데 천천히 오르면서 휴식도 취하고 제일 무거웠던 참외를 옥희가 두개나 깎아 짐도 줄일 겸 목을 축인다. 물론 정식이가 지고 왔다. 동현이는 다른 선배들과 어울려 쉬카고의 선물시장 얘기로 열을 올리고 있는지 사라졌다가는 나타나고 또 사라지곤 한다. 고지대로 들어서자 보이지 않던 보랏빛 각시붓꽃이 여기저기 수줍은 듯 숨은 듯 나타나고 좀 더 오르자 줄기 밑에 연한 연두빛 꽃을 감추고는 둥굴레가 한창이다. 고지대라서 그런지 능선에는 아직도 철쭉이 씩씩하다. 12시 반경 고지를 바로 앞두고 헬기장 그늘에 앉아 점심보따리를 풀었다. 우선 힘겹게 지고 올라온 막걸리부터 쭈~ㄱ 한잔. 순대를 풀어놓자 환성인데 다만 술 밝히는 동창들이 좀 아쉽다. 옥희와 관이가 풍성한 쌈을 내놓아 된장,고추장 얹어가며 풋고추와 함께 시장끼를 해결하다보니 피로가 싹 가시고…관이가 보채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비장의 소주 한병도 결국 비우고 다시 정상을 향해 출발. 불과 몇분 사이에 표고 40M를 더 오르니 대왕봉이다. 멀리 꼭 공룡능선 같은 산줄기가 속리산이란다. 멀리서 바라본 적이 별로 없으니 모를 수 밖에. 멋지다. 정상에서 여기 저기 껴들어 증명사진 몇장 찍고는 바로 하산길에 들어섰는데 상당히 가파르다. 한시간여 내리 달려 폭포위에 도달하여보니 많은 동창들이 발을 담그고 땀을 식히고 있다. 바로 옆에 병수가 얘기하던 큰꽃으아리가 징그럽게 크게 피어있고 주변에 덩굴이 무성하다. 대단하다. 쉴 그늘이 없어 폭포 아래로 내려가 발을 벗고 시원한 물줄기를 즐기다 보니 이제 더위가 좀 가신다. 비록 규모는 작아도 물이 맑고 깨끗하여 괜찮다. 다시 큰길로 나오니 올라갈 때보다 더 지겹다. 힘들어하는 경애와 땡볕밑을 걸으면서 간간이 보이는 둥굴레 꽃을 찾아가며 내려와 우선 맥주로 목을 축이고는 저녁장소인 식당으로 향했다. 벌써 한잔들 하고 물러난 자리에 비집고 들어가 묵빈대떡과 올갱이 된장국에 보리밥 말아 한사발 들이키니 세상 부러운 것 없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정식이가 소주병을 내보이며 더덕술이란다. 병수가 찾아 캐준 새끼손가락만한 산더덕을 넣었는데 향이 진동을 한다. 역시 자연산이다. 전과 다름없는 10회 최중서 선배의 술 돌리기가 끝난 후 내가 살살 꼬여 결국 한병을 상납, 여러분들께 희사하고 말았다. 동현이도 있고 하니 한잔 더 하자는 영표의 권유에도 동현이가 들어가 쉬고싶다는 말에 아쉽지만 작별을 고해야 했다. 덕분에 술도 안(?)마시고 집에 들어간 것이 8시 반. 마눌 눈이 휘둥그래진다. 난 가슴을 펴며 일찍 들어 온 것이 자랑인 양 큰소리에 샤워를 하고 나서 결국 냉장고에서 맥주 한병 꺼내 갈증을 풀었다.
(졸방제비꽃)
(각시붓꽃)
(둥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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