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전쟁-강석민
< 역사 교과서 전쟁 >
※ 정경희 교수님 안녕하세요.
선사연 역사포럼 창립기념 강연회에 참석한 사람입니다.
그날의 정교수 강연은 역사 교과서 문제의 심각성과 대강의 내용을 간명하게 설명한 명 강의였습니다. 궁금한 점 두 가지를 묻겠습니다.
전에는 “일제 식민시대”라고 배우고 사용하였는데 요즘은 왜 "일제강점기"라고 하는지 의아스럽게 생각하던 차에, 같은 뜻인데도 굳이 일제강점기라 하는 것은 북한의 사회과학원에서 펴낸 ‘조선통사’에 남한의 역사 현실은 “일제강점기-해방-미제강점기로” 이어졌다고 기술한 것을 죄파 학자들이 그대로 따르고 대중들은 무의식적으로 사용한 것이 고착화되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기막힌 이야기를 듣고 경악하였습니다.
보수적인 교과서로 통하는 교학사의 역사 교과서에는 어떻게 표현하였나요.
소위 보수언론매체조차도 ‘일제강점기라’고 쓰고 있는데 어인 일인가요.
지금 역사학자 다수가 좌편향 되었다니 매우 놀랍고, 또 저들이 팩트 와 역사적 진실마저 개의치 않을만한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 "정경희" , RE: 역사 교과서
강연 들으시고 질문까지 주시니 감사합니다.
메일 상으로 답변 드리는 것이 한계가 있어 간단히 답변 드리겠습니다.
1. '일제강점기'라는 용어
'4.19의거'를 '4.19혁명'으로, '5.16혁명'을 '5.16군사정변'으로 바꾸어 이미 공식화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일제강점기'도 이미 공식화되었습니다. 컴퓨터 한글 프로그램에서 문서 작성 시 '일제시대'라고 치면 강제로 '일제강점기'로 바뀝니다.
그러니까 저들이 한국 현대사를 장악하려고 그렇게 오랫동안 시도한 것입니다.
용어가 인간의 생각을 규정합니다. 즉 역사의 개념화는 용어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전체에서 이미 '일제강점기'가 공식화되었기에 교학사 교과서도 어쩔 수 없이 그 용어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교과서 편수 기준에 그렇게 쓰도록 나와 있습니다.
언론기관 등도 그것이 표준어이기 때문에 쓰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가 미제 강점기와 짝을 이루는 북한의 조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국사학자 중에도 거의 없습니다.
2. 역사학계의 좌편향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현대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좌편향이 심각한 것이고 다른 사람들, 예를 들어 조선시대나 고려 시대를 연구하는 사람들과, 동양사 서양사 학자들은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역사학자들이 진영논리에 빠져있어 한국 현대사학자들을 자신들과 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뭉치는 것입니다.
한국사 학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사를 세계사적인 안목에서 볼 줄 모르고, 그럴 능력 또한 없다는 것입니다. 20세기 이후 지구상에 무수한 나라들이 얽혀 돌아가고 있는데, 그들은 마치 지구상에 우리나라와 일본이라는 두 나라밖에 없는 것처럼 역사를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역사를 해석하다 보니, "우리 민족끼리"라는 착오에 빠져 지구상 최악의 국가인 북한을 감싸고도는 행태를 보이는 것입니다.
북한의 김일성이 항일투쟁을 해서 해방을 가져왔으니, 한반도 우리 민족 국가의 정통성은 북한에 있다는 식입니다. 그리고는 남한을 친일, 친미정권으로 매도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자기들이 반정부 입장에 서는 것은 항상 옳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식입니다. 저들 해석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좌파 정부가 들어설 때 외에는 모두 친일, 친미 정권이 되는 셈이기 때문이죠.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선생님의 건승을 빌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정경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