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중에,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꽃이 양귀비라고 하지요.
이 아름다운 식물, 양귀비 70여종 중에 2 종류는 마약 성분이 있답니다.
바로 아편이라는 거지요.
아편이라는 말은, 유럽에서 Opium라고 하는 말을 중국인들이 음역하면서
생긴 말로, 어원은 그리스어이고, 화학 분자식은 C17H19O3N 이랍니다.
오늘날 지구상 거의 대부분 나라에서 마약으로 따돌림 받고 있는 이 아편은
실제로는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의약품이며, 유럽, 중동에서는 19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졌던 신비로우면서 아름다운 식물이지요.
마약이라고 하지만, 아편은 마약 중에서도 남에게 전혀 피해를 끼치지 않는
억제제 형의 통증 제거용 의약품 겸 마약입니다.
이 <억제제>는 교감신경의 활동을 억제해 신진대사를 둔화시키므로 오히려
사람이 온순해지고 다른 사람에게 방해도 되지 않는 이로운 마약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50여 년 전까지 많은 집에서 채소밭에 몇 그루씩 심어
배 아플 때 쌈으로도 먹고, 아편을 조금 뽑아 두었다 급할 때 쓰기도 했지만,
아무런 부작용 없이, 오히려 매우 유용한 약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양귀비를 합법적으로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학술용이나
관상용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신고하여 승인이 있을 때뿐이라고 하지요.
이를 무시하고 양귀비를 키우다 적발되면 5년 이하 징역,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어찌 되었거나 간에, 아편이 이처럼 유용했던 것은 모르핀(morphine)이라는
마약 성분 때문인데, 이 모르핀은 사람이 먹거나 주사로 투여했을 때 매우
강력한 진통 및 행복감을 일으킨다고 하지요.
이 모르핀의 작용을 연구하던 사람들은, 식물이 만들어낸 이 성분이 인체에
그토록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은 혹시 사람의 몸에서 본래 모르핀과 비슷한
화학구조의 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게 되었답니다.
이후 수많은 연구로 실제 그런 물질이 인체 내에서, 필요할 때 만들어진다는
것을 밝혀내었고 그 것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에 <인체 내에서 만들어지는 모르핀>, 즉 <endogenous morphine>라는
말을 붙였고, 이 말을 줄여 <엔도르핀, endorphin>이란 말이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엔도르핀 endorphin은 한가지 종류가 아니고 인체내의 수 많은 서로
다른 신경계에서 상황에 따라 분비되는 종류가 수십 가지인 호르몬이지요.
이 모든 호르몬을 총칭하여 <엔도르핀>이라고 부른답니다.
어느 해 모 종교단체에 속하는 PD가 자신이 속한 종교단체내의 위마대학에
속한 이모 박사를 초청해 와서, 한때 온 나라에 <엔도르핀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던 바로 그 <엔도르핀>이지요.
이때 이 분이 마치 자신이 <엔도르핀>을 발견한 것 비슷하게 이야기 하면서
<엔도르핀>을 <엔돌핀>이라고 하는 바람에 “엔돌핀”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
유행되기도 했습니다만, <엔도르핀>발견과 이 분과는 전혀 관계 없답니다.
문제는 정작 이 엔도르핀의 작용은 통증해소, 즉 진통제일뿐이라는 겁니다.
우리 몸에 어떤 통증이 발생하였을 때 그 통증을 경감하여 스스로를 보호할
목적으로 통증을 못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지요.
이모 박사께서는 당시 미국 의학계에서 새로 발견한 이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을 마치 인체의 활력소인양 자신들의 종교단체 부흥운동인 뉴스타트
에 연계하여 설명하였지만, 정작 이 <엔도르핀>은 우리의 의지에 맞추어
많이, 혹은 적게 만들어지는 그런 물질도 아니랍니다.
그래서 그 종교단체에서 말하듯 많이 웃거나, 크게 감동한다거나, 뭘 한다
해서 <엔도르핀>이 많이 쏟아져 나와 면역력이 강해지거나, 혹 병을 치료
할 수 있게 되거나, 암을 예방해 주지는 않는다는 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엔도르핀>에 매달리고 있으며,
요즘은 <엔도르핀> 중에서 가장 적게 분비되는, 말을 뒤집으면 진통효과
가 가장 강력한 호르몬인 <다이놀핀>에 매달리고 있답니다.
이 <다이놀핀>이 어떤 광고에 나오고, 종교단체의 설교집에도 등장하드니,
인터넷을 타고 초등학생이 복사해서 퍼뜨리는 소동으로 <다이놀핀 증후군>
이 되면서 세간의 화제로 떠 오르고 있다지요.
어찌 되었거나 <엔도르핀 증후군>에서 이제는 <다이놀핀 증후군>까지
번지는 걸 보면 모르핀의 근원인 양귀비 꽃이 그저 아름답고 신비롭기만
한 게 아니라 그 향기로 퍼져나가는 영향력도 정말 세기는 센 모양입니다.
누가 양귀비 꽃 모종 몇 포기만 나눠 주십시오.
저는 <엔도르핀>이나 <다이놀핀>보다 양귀비 꽃 향기에 취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