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무용한 날에는 생각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오직 대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소리 청솔가지 사이로 내비치는 햇살 흐르는 소리와
어떤 때는 먼 산골에서 이름 없는 풀꽃이 피었다가 지는 소리가 들린다
갓 시집 온 새댁이 아궁이에 불 지피는 소리와 한가로운 대낮에는 숲 속 요정들의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이것마저도 간 데 없고 텅 빈 머리 속을 형체 없는 생각들의 기하학적 무늬와 그것들이 서로 엉키어 부서지는 소리조차 멀어지고 아득히 침잠하는 그런 소리조차 안 들린다
그러다 문득 사랑이라는 글자가 떠오른다 만남과 잊혀짐의 소리가 들린다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타는 소리가 들리고 먼 바다 심해에서 꿈틀거리는 지각 소리가 들린다
시뻘건 용암이 흘러내리고 불타는 나무들과 그 사이를 뛰어다니는 산짐승들의 소리가 들린다
문득 사랑이 그리움으로 다가오고 나는 천천히 깨어난다 아주 천천히 소생한다 이름없는 풀꽃이 되어/이종웅 그림/Nicholas Hely Hutchinson Awakenings♬
출처 : 金銀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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