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원에서 아산으로, 서울로 조종만과 전행자, 양가의 경사를 축하해주느라 밤 늦게까지 축배를 든 몸으로 새벽같이 강변역 모임의 장소로 향한다. 날씨가 선선하여 조금은 두툼한 겉옷을 하나 걸치고 김정식이 부탁한 김밥까지 3인분을 사들고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홍영표 회장을 비롯한 선후배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가을 단풍철이라고 많이 참석할 것을 예상하여 버스 4대를 준비했는데 오히려 다른 행사가 많은지 선발대 5명 빼고 117명이란다. 차 3대로는 벅차고 또 돌려보내기도 그렇고 해서 널찍하게 자리잡은 채로 약간 늦게 출발한다.
15회도 참석자가 의외로 적어 홍영표회장 외에 김정식,박병수,장규식,조종만, 여자회원은 김경애,최영옥 단 둘이라 나를 포함해도 고작 8명이다. 홍성에서 산행을 같이하려고 올라와 준 병수가 반갑다.
밀리는 고속도로에서 전용차로를 달리는 맛이 일품인데 옥산휴게소에 잠깐 들리니 주위에 안개가 자욱하다. 내려가면서 안개가 걷히니 도로 양 옆으로 황금벌판이 이어지는데 먼산에 단풍은 아직이다.
3시간 남짓 달려 고속도로를 벗어나니 길옆에는 코스모스와 들국화가 화려하고 날씨는 그지없이 좋다. 11시 다되어 안성매표소에 도착하여 간단한 산행안내를 하는 사이에 막걸리 조달차 온길을 되돌았는데 상가는 보이지도 않아 아쉽지만 준비해온 위스키 샘플로 만족하기로 하고 포기해버린다. 전건영도 없으니 소주한병도 없을 것이다. 현지조달 막걸리 취향을 서울막걸리로 바꿔야할 것 같다.
박붕배 선배님과 일부 고참선배들 및 홍회장, 최영옥 등 A코스를 택한 일행은 설천봉까지 곤도라로 오르기로 하고 무주 리조트로 떠나고, 나머지 일행은 매표소를 통과하여 산행길에 들어선다.
안성계곡으로 들어서자 돌길이긴 하지만 완만한데 울창한 숲 옆으로 계곡이 여간 아름답지않다. 수량도 풍부하여 커다란 바위들과 어우러져 짙푸른 소(沼)와 폭포를 이루며 물소리도 요란하다. 다만 며칠 전 내린 서리때문인지 활엽수 잎들이 단풍도 못든채 말라 떨어져 나뭇가지들이 앙상하다. 마찬가지로 한창이어야 할 들꽃들도 눈에 안띄어 산속이 적막하다.
(안성계곡)
칠연폭포 삼거리를 지나자 경사가 급해지며 호흡을 가쁘게 하는데, 병수와 정식이는 출발지점부터 사라져 보이지도 않고 종만이도 답답한지 오르락 내리락하며 경애,규식이 그리고 나와 보조를 맞춘다. 결국 4명이 일행이 되어 두시간 가까이 걸려 동엽령 능선에 오르니 시야가 탁 트이는데 여기저기 풀밭에 모여앉아 점심식사가 한창이다.
이 능선만 해도 표고가 1200M가 넘으니 웬만한 산 최고봉 높이다. 벌써 큰 나무들은 별로 없고 고지대 특유의 관목과 조리대,억새들만 펼쳐저있다. 멀리 주능이 보이고 햇살을 받은 산줄기는 아래와 달리 단풍이 곱게 펼쳐져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파아란 하늘과 새하얀 깃털구름이 단풍과 어우러져 감흥을 자아내는데 막걸리 한잔이 없어 서운하다. 마침 옆자리 후배들이 나눠주는 한잔으로 마음을 달래며 시장끼를 때운다. 앞서간 병수와 정식이는 1시간반 정도를 앞서 중봉(1594M)에서 도시락을 펼쳤단다.
(동엽령)
후미를 보는 후배의 재촉에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출발한다. 이제부터 능선길은 평탄하고 부드러워 걷기에 한결 편하다. 중간중간에 기묘하게 나무와 바위들이 자리하여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키만한 조리대와 억새가 좁다란 길 양옆으로 시야를 가리기도 한다.
송계사 삼거리(백암봉,지도표기1503M, 푯말표기1420M)를 지나 중봉(1594M)으로 향하는데 오르막이 길고 중간중간에 나무계단이 있어 힘들고 지루하다. 다만 멀리 가까이 거대한 주목들이 고사목들과 함께 군락을 이루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주목)
원추리 군락지라는 표지가 무색하게 모두 시들어버린 풀잎 뿐이다. 아마도 서리때문이리라.
그 흔한 들국화 하나 없고 말라버린 엉겅퀴 등 이름모를 풀씨들만 대롱대롱 매달려있어 어쩌다가 한두송이 꽃이 보이면 반갑기 그지없다. 오히려 철 잃어버린 양지꽃이 한두송이 얼굴을 드리밀고 길가에 꽃향유 한송이가 서리를 피했는지 예쁜 색깔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꽃향유)
끝없이 드넓은 덕유평전을 가로질러 한시간여를 달리니 향적봉 밑의 대피소에 다다른다. 여기서 물과 맥주 한캔으로 목을 축이고 잠깐 볼일도 보고 한숨 돌리는데 다시 독전대의 고함이 들려온다. 빠른 팀들은 벌써 다 내려가 있고 곤도라도 5시 이전에 끊어질 염려도 있다고 겁을 주면서 독촉을 해 대니 견딜 재간이 없다. 타고 올라온 많은 관광객들을 어찌하려고 일찍 멈춘다는 말인지 이해가 안가지만 좌우간 서둘러 오르는데 여간 힘든게 아니다. 마지막 경사가 계단을 타고 오르는데도 많이 지치게 한다.
(덕유평전)
드디어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1614M)에 이른다. 거친 바위끝에 올라 정복감을 만끽한 후 또 서두르는데 바로 밑의 설천봉 곤도라기지가 반갑기는 하다. 주변에 고사목들이 여기저기 특유의 경관을 이루고 있는 설천봉(1520M)에서 정상의 멋들어진 찻집도 못들리고 바로 곤도라를 타니 아쉽긴 하지만 내려다보는 가파른 슬로프와 깊은 계곡의 단풍으로 마음을 달랜다.
(향적봉)
거의 대부분이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어 미안쩍어하며 식당으로 이동, 시원한 올갱이 해장국으로 배를 불리운다. 이번부터는 식사에 술이 제공되지 않아 각자 사 마셔야 한단다. 원로 선배님들이야 회장이 접대한다고 하니 우리끼리라도 한잔 없을 수 없다며 규식이와 종만이, 정식이가 맥주와 소주 게다가 안주까지 주문하여 식탁이 푸짐하다.
버스에 가지고 오른 술 몇병에 규식이의 캔안주까지 곁드려 산에서 못다한 한을 풀었는데, 내리자마자 10회 선배님들의 협박에 가까운 초청으로 최중서 선배의 단골 옴팍집으로 들어선다.
천안에서 직장으로 복귀한 병수, 내리자 마자 귀가한 정식이,경애, 영옥, 따라오는 척 피난해버린 홍회장...결국 규식이와 종만이 그리고 내가 주빈이 되어 산에서 그리던 막걸리를 실컷 들이켰다. 뜻하지않은 자리로 대접(?)받다보니 오늘도 과음이다. 아! 술을 줄여야지! 끊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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